미국에서 주택을 구매할 때 가장 흔한 융자 방식은 30년 고정금리 모기지다. 전체 모기지 중 절반 이상이 이 방식이며,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30년 동안 월 납입금이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선 이 방식이 드물거나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30년 고정금리는 그야말로 특이한 구조다.
한국은 일반적으로 변동금리 또는 혼합형 금리를 사용한다. 초기 3~5년 정도는 고정금리로 시작하지만, 이후엔 시장 금리에 따라 조정된다. 장기 고정금리를 원할 경우 금리가 높아지고, 조건도 까다롭다. 주택금융공사가 제공하는 장기 고정 상품이 있지만 보편적이지 않다.
캐나다 역시 대부분이 5년 단위의 고정금리 모기지를 선택한다. 계약이 끝난 후 재협상을 하며 금리를 갱신하는 방식이다. 전체 상환 기간은 25~30년으로 설정되지만, 금리는 여러 번 바뀌는 구조다. 소비자에게는 이자율 예측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독일은 은행이 매우 보수적으로 대출을 제공하며, 보통 10년 이하의 고정금리 대출이 일반적이다. 원금 상환도 엄격하게 진행되며, LTV(주택 담보 비율)가 낮아야 승인된다. 독일인들이 주택을 구매하는 대신 임대를 선호하는 문화와도 연관된다.
호주는 대부분 변동금리를 사용한다. 1~3년짜리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후 자동으로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특히 호주는 중앙은행의 금리 조정이 바로 주택 대출 이자율에 반영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경제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30년 고정금리가 가능한 걸까. 이는 정부의 개입 덕분이다. 프레디맥, 패니메이와 같은 준정부기관이 모기지를 구매하고 보증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월세 수준의 고정 지출로 장기간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구조가 가능한 건 미국의 독특한 금융 시스템과 정부 개입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장기 고정금리를 제공할 금융적 여력이 부족하거나, 시장 구조가 맞지 않는다. 결국 30년 고정금리는 미국의 주택 소유 문화와 정부 정책이 만든 결과이며,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시스템이다.
미국에서의 30년 고정금리는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니라,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문화적 선택이다.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이 구조는 미국식 주택 생활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