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시장에서 매물 재고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8월 데이터를 보면 신규 매물 등록과 기존 매물의 시장 체류 기간이 모두 증가하며 전체 매물 활성화가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장기간 이어졌던 극심한 공급 부족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대도시뿐 아니라 교외 지역에서도 매물 수가 늘어나면서 주택 구매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단순히 계절적 요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금리 상승으로 매도자들이 거래를 미루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금리 하락 기대가 확산되면서 오히려 매물을 시장에 내놓으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싸움이 완화된 점도 재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Realtor.com의 자료에 따르면 8월 활성 매물 수는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매물 재고 확대는 시장 전반에 여러 변화를 불러온다.
첫째, 경쟁이 완화되면서 과열 입찰 현상이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희소성으로 인해 리스팅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흔했지만, 최근에는 협상 여지가 커지면서 구매자 중심의 시장이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둘째, 주택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매도자들이 가격 조정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특히 서부와 남부 지역에서 두드러지며, 중서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장기적으로 주택 시장 균형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공급 부족은 오랫동안 가격 급등과 구매자 부담을 초래해왔는데, 재고 확대는 시장 안정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고가 늘어난다고 해서 가격이 급락하는 것은 아니며, 지역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본다. 주택 구매자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커진 만큼 신중한 선택이 가능해졌고, 매도자에게는 전략적 가격 설정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 8월 매물 활성화 약진은 미국 주택 시장이 과열과 침체의 사이에서 점진적으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