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교 Nov 17, 2025
인공지능과 데이터 중심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미국 대학에서 인문학 전공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교육통계청(NCES)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인문학 학사 학위 수는 약 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컴퓨터공학, 데이터사이언스, 생명공학 등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은 40% 이상 증가했다. 학생들은 안정적인 취업과 높은 초봉을 고려해 기술 중심 학문으로 몰리고 있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대학 재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부 중소 사립대는 인문학 전공 지원자 급감으로 강의 규모를 줄이거나 학과 통폐합을 단행했다. 오하이오주립대, 웨스트버지니아대 등은 2024년 인문학 관련 학과 일부를 폐지하거나 디지털 인문학 중심으로 개편했다. 반면, MIT·스탠퍼드·예일대 등은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을 강화하며 ‘AI 윤리’, ‘테크노인문학(Techno-Humanities)’ 같은 새로운 교과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산업계의 요구가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업무 전반을 재편하면서, 인문학적 사고력과 윤리적 판단이 기술과 결합된 형태로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인문학 전공자를 ‘AI 정책’, ‘콘텐츠 윤리’, ‘사용자 경험 디자인’ 부문에서 적극 채용하고 있다. 즉, 기술 중심 산업에서도 인간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인문학의 실용화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예일대는 인문학 전공자에게 코딩 기초 과정을 의무화했고, 미시간대는 문학과 데이터 시각화를 결합한 ‘디지털 스토리텔링’ 트랙을 신설했다. 코넬대는 철학, 사회학, 심리학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윤리 인증 과정을 도입하며, 기술 기업과 협력해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문학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춰 진화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고전과 문학에 머무르던 전공이, 이제는 기술의 의미를 해석하고 인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이 산업과 교육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수 있을 때, 대학 내 위상도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인문학의 생존 전략은 변화에 대한 적응이다. 기술과 인간의 균형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재정의될 때, 인문학은 다시 한 번 미국 고등교육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