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4, 2025
미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성공의 상징이었던 대학 학위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학위 취득이 경제적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약화되면서 대학 진학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동시에 재정 압박을 겪는 대학들이 늘어나며 고등교육 전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딜로이트(Deloitte)가 발표한 2025년 미국 고등교육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재정의 60% 이상이 학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등록률 감소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소규모 사립대학들은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해 구조조정, 합병, 혹은 폐교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50개 이상의 대학이 재정난으로 캠퍼스를 축소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전환을 추진했다.
학위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신뢰 하락도 주요 원인이다. 최근 설문에서 미국 성인의 56%가 “대학 학위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10년 전보다 약 15%p 증가한 수치다. 기술 산업의 성장, 직업 훈련 프로그램과 온라인 자격증 과정의 확산이 이러한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AI와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는 비전통적 교육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학위가 곧 실력’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학위의 가치를 단순히 경제적 ROI(투자 대비 수익률)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대학 졸업자는 비졸업자보다 평균 임금이 높고, 실업률도 낮은 편이다. 문제는 교육비 상승 속도가 소득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는 점이다. 학생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가성비 높은 대학’을 찾는 경향이 강화되고, 일부 학생들은 4년제 대학 대신 커뮤니티 칼리지나 온라인 학위 과정을 선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고등교육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명문 대학들은 여전히 높은 수요를 유지하지만, 중소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과의 협력 프로그램, 단기 자격증 과정, 성인 재교육 시장 진출 등 대안적 수익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의 역할이 단순히 지식 전달을 넘어 사회적 이동성과 평생 학습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학위의 가치가 재정의되고 있는 지금, 미국 고등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